보통 사람의 IT 적응기

그래서 누가 하지?

코펜하겐고양이 2024. 4. 19. 23:27

  어느 회사나 개발자가 안된대요. 혹은 개발하려면 순서를 기대리래요 같은 불만이 부서들에 쌓인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의 정도가 정상적인 수준인 것인지 아니면 비정상적인 수준인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다. 내가 보기엔 우리 회사는 좀 심각한 것 같은데, 상황을 개념적으로 큰 그림에서만 생각하시는 C레벨이나 HR 부서는 그냥 다른 회사 다 비슷하지, 그리고 오히려 우리가 낫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 특정 부서와 그 동안 개발해서 런칭한 내부 시스템을 갈아엎자는 제안을 하기 위한 모종의 작전 회의를 했다. 유저 사용자 현황이 현저하게 나쁜 상황이다. 아마 일반 앱이었다면 유저들이 한번 쓰고 화나서 지우는 수준일 정도. 나도 그 프로젝트에서 방향을 제안하는 의견을 많이 제시했고, 말도 안 된다고 계속 이야기했으나 설득에 실패하여 태블로를 활용해서 모든 프런트 페이지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얼마 안돼서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보고서를 태블로 서버 화면을 통해서 쓰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입력/수정 처리해야 하는 기능을 태블로에서 구현해서 실시간 기능이 깨졌다. 태블로 라이브로 해도 화면에 실시간으로 즉각 반영되지는 않는다. 데이터원본 새로고침을 해야 반영이 된다. 우리 케이스는 가져와야 하는 데이터 양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라이브 연결도 실패했고 일 배치 처리로 반영하고 있다. 당연히 사용자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태블로로 구현된 시스템은 처음부터 틀렸다.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서 실시간성과 보고서 작성을 위한 에디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만들어진 태블로는 활용할 수 있는 대로 새로운 시스템에 임베드해서 활용하면 된다. 문제는, 이 당연한 일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 개발자가 없어도 너무 없다. 외주 개발업체와 개발하려고 해도 이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끌고 나갈 PO도 없다(우리 회사에는 PO 역할이 없고, 일부 역할을 UX팀이 담당하는데, UX팀이 하는 프로젝트는 디자인이 필요한 브랜드 업무에 한정적이다.) 나는 올해 CRM도입 프로젝트 PM이라 이 프로젝트의 PO를 감당하긴 힘들고, TF에서 같이 개발한 직원도 PO는 커녕 개발 PM도 감당하기에는 아직 업무 역량이 부족해 보인다. 

  작전 회의는 어쨌든 결론을 냈지만, 마음은 여전히 답답하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잊어버리고 내가 해야하는 것에 집중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