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에서 책을 읽으며 버킷리스트를 적는 과정에서 블로그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2019년, 처음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썼더라면 벌써 5년 치의 글이 있었을 테고, 그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엄청난 자산이 되었을 것인데 말이다. 나 역시도 6년 만에 블로그에 들어와서 IT부서에 처음 왔을 때의 나의 글을 읽어봤다. 그때는 뭔가 설렘이 가득했던 분위기가 글에서도 느껴진다. 내가 뭔가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얻은 것만 같은 헛된 뽕(?)이 들어간 기분.
그 뒤 5년을 보낸 지금, 조금은 어이없게도 나는 IT부서의 팀장이 되었고, 더 이상 그런 헛된 기대로 신나 할 어린 나이가 아니게 되었다. 나를 팀장으로 승진시켜준 회사에는 고마운 마음이다. 그러나 나 스스로는 납득이 잘 안 된다. 내가 과연 팀장급인가?
5년의 IT본부 소속, 전사 BI책임 부서에서 일하면서 SQL Server 쿼리 약간, 리눅스의 명령어 약간, 국내 업체에서 만든 ETL 프로그램 약간, 태블로 기술 약간을 배웠다. 이 정도만 아는데 팀장이 된 것에 대해 부끄럽기도 하고, 다른 개발직군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개발자 중에는 IT부서에서 일한 지 10년 가까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몇몇 친구들은
"팀장이 무슨 실무를 알아야하는 건 아니지. 그냥 결정해 주고, 책임져주고, 힘들면 격려해 주고 그럼 되지. 일은 실무자가 하는 거지 팀장이 다 알 필요 없잖아."
라고 한다. 근데 막상 나는 기술을 모르니, 문제를 들고 오는 팀원들에게 더 좋은 판단과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 어렵기도 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책임이라면 그 횟수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디테일한 실무는 몰라도 큰 그림은 알아야 판단은 해주는데, 현재 사용하는 태블로 서버 관리 문제만 해도 사건이 생기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참고로 우리 회사는 유지관리 계약을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
혹시 내가 쓴 고민에 공감이 되는가? 이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내가 쓰는 이 글들로, 이런 막막한 싸움(?)을 하는 이가 혼자가 아님을, 소소한 위안이 되길 바란다. 대한민국 어딘가에는 IT인이라고 말하기 낯간지러운 사람도 팀장까지 달고서 불안과 씨름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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